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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9 KTX 씨네마 감상 후기 4
기타2007. 9. 29. 02:17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올 9월부터 KTX에 영화객실(KTX 씨네마)이 생겼다. 그런데 친구중에 한녀석이 그 KTX 씨네마 개봉작 조달과 시설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씨네우드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면서, 나보고 이번 귀향길에 꼭 타고 내려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는게 아닌가. 이자식, 아쉬우면 돈이라도 보태주던가... 야튼 눈물겨운 호소에 결국 관람료 7000원을 더 내고 감상을 해봤는데, 음... 이건 좀 그렇다.

KTX 씨네마

일단 스크린 사이즈가 가장 눈물겹다. 사실 극장에 가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시각적인 감동을 얻기 위함인데, KTX 객실에서 스크린이 커봐야 얼마나 클 수 있겠는가. 대충 좀 와이드한 화이트보드 같았다. 어림짐작으로는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정도로 보였다. 게다가 객실 가운데 동반석은 최악이다. 스크린 바로 아래쪽이라 목은 꺾일대로 꺾이고, 화면 저쪽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사운드도 역시 극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름 신경쓴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웅장함이나 깊이가 없는 느낌이다.

좌석의 불편함도 역시 큰 약점 중에 하나다. 뭐 KTX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은 다 안다. 좌석이 얼마나 불편한지. KTX는 대량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열차라 좌석이 무지하게 촘촘하다. 앞뒤간격은 물론이고 폭도 좁아서 조금 풍채 있으신 분들은 앉기도 힘들다. 사실 KTX는 빨라서 타는 거지, 편해서 타는 건 절대 아니다. 편한 걸로 따지면 오히려 새마을이 훨 낫지. 어휴... 쓰다보니 또 열받네.

야튼... 만약에 스크린, 사운드, 좌석 모든게 극장과 동일한 느낌을 주더라도 한 가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또 있다. 바로 달리는 열차의 객실이라 좌석에 진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좌석이 덜덜 떨린다고 생각해보라. 이거 원... 다른 문제보다는 좀 덜 심각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내가 느낀 바를 요약해보면, KTX 씨네마는 스크린 사이즈가 작고 사운드가 다소 빈약해서 극장에 비해 시청각적인 감동을 얻기가 힘들고, KTX의 고질적 문제인 좌석의 불편함 때문에 관람 이후에 사지가 뻐근하며, 열차의 진동으로 인해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지는 문제가 있다.

주식을 산 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냉정하고 솔직하게 얘기해줬다. "KTX 씨네마... 이렇게 하고 극장이랑 똑같이 돈 받으면 도둑놈이다!"

덧붙임) 명절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을땐 KTX 영화객실을 예매하시라. 표가 남아돈다;;

Posted by roguebean